양말선물세트

양말선물세트

양말선물세트

Blog Article

포르투갈 출신의 연출가이자 극작가, 배우이기도 한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희곡이다. 2013년 포르투갈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300회 이상 공연됐다. 작품은 무대 위에 놓인 열 개의 빈 의자에 열 명의 관객을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공연에 직접 배우로 출연하는 작가는 관객에게 세익스피어의 소네트30의 14행을 외울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모두가 소네트를 외워야만 공연이 막을 내린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소네트의 구절을 가르치며 곧 실명하게 될 그의 할머니와 노벨 문학상 수상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시인 오시프 만델시탐 등 작가들과 그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문학을 통해 극장 안에서 공동으로 전해지는 경험은 연극과 책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마음으로) 외우다’는 뜻의 ‘By Heart’라는 제목이 극장 안에서 구현된다.

어느 날 문득, 매일 자고 깨던 방에, 유독 밝은 빛이 창밖을 통해 들어왔다. 익숙하던 공간이 처음 가본 듯 생소하게 느껴져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빛이 있는지 없는지, 빛이 어떻게 비치는지에 따라 때로는 일상도 바뀐다.

주인공 오샛별에겐 새벽녘 어스름한 달빛이 집을 탐험의 장으로 만들어줬다. 이른 잠이 들어 새벽에 깬 샛별은 눈을 뜨자 “파란 세상”을 만났다. 시계가 가리킨 시간은 오전 3시35분쯤. 잠든 엄마의 호흡과 잠버릇,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발가락 세 개 반… 탐험가가 된 샛별은 킥킥 웃는다.

“이상해. 어두운데 안 무섭네.” 꼬르륵 소리에 부엌에 찾아가 냉장고를 열어 물통에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시고, 포크를 들고는 냄비에 담긴 음식을 찍어 먹는다. 목구멍을 타고 위장까지 흐르는 물의 여정, 냄비 속 재료들의 보드랍고 물컹하고 탱글탱글한 식감도 모두 샛별에겐 탐험 대상이다. 볼록해진 배를 잡고 소파에 앉으니 전등에서 할머니가, 모자에서 달팽이가, 화분에서 드럼 치는 엄마가 보인다.

<관광객의 철학>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등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2010년 4월 ‘겐론’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젊은 논객들이 모여 지적 공간을 구축해보자는 취지였다. <지의 관객 만들기>는 회사 설립 후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며 지금까지 버텨온 저자가 구술 형식으로 펴낸 ‘경영 분투기’다.

창밖에서 검은 그림자가 눈에 띄자 탐험가 샛별은 잠시 아이로 돌아가 엄마의 이불 속으로 숨는다. 하지만 떨림은 잠시. “뭐였을까? 자꾸 알고 싶어져. 아무래도, 용기를 내야겠어.” 모자와 장화를 챙긴 샛별은 마당으로 나선다. 눈 한쪽이 파랗고, 다른 한쪽은 녹색인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뒤를 따라 옥상에 오른다. 올해 들어 가장 크고 둥근 달과 마주한 샛별이 두 손을 모으고 감격하는 사이 아침이 찾아온다. “세상이 알록달록, 선명하게 피어오른다. 해가 일어나고 있어!”

파란 세상이 일출과 함께 각자의 색을 되찾자 샛별은 잠자리에 든다. 뒤늦게 일어난 엄마는 샛별이 늦잠을 잤다고 생각하지만 샛별의 마음에는 오감으로 느꼈던 새로운 파란 세상이 남았다. 익숙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본 감흥은 시간이 한참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저자는 스물일곱 살이던 1998년 자크 데리다 해설서 <존재론적, 우편적>으로 산토리학예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일본 학계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경력도 화려하다. 2010~2013년에는 명문 와세다대에서 교수로 일했고, 2010~2011년에는 아사히신문 논단 시평을 맡았다.

회사 경영에 대해선 안이했다. 회사 설립 직후 의욕적으로 펴낸 인문잡지가 3만부나 팔렸지만 창업 멤버가 돈을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매출과 순이익을 구분하지 못해 ‘매출의 3분의 1 기부’를 약속했다가 크게 후회하기도 한다. “회사의 본체는 오히려 사무에 있습니다. 연구 성과든 작품이든 뭐든 ‘상품’은, 사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나올 수 없습니다. 연구자나 창작자만이 중요하고 사무는 어차피 보조라는 발상 탓에 check here 결국 호된 대가를 치렀습니다.”

회사는 애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토론 플랫폼 ‘겐론카페’와 인문학 강좌 ‘겐론스쿨’이 성공하면서 현재까지도 성업 중이다. 저자의 경영 목표는 ‘계몽’이다.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계몽입니다. 계몽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작업입니다. 사람은 아무리 정보를 줘도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합니다. 이를 전제로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 자체를 어떻게 바꿀까, 이것이 계몽입니다.”

Report this page